스마트팜 기술 중에서도 가장 자연 친화적이고 신비로운 시스템인 '아쿠아포닉스(Aquaponics)'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를 뜻하는 양식(Aquaculture)과 물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Hydroponics)가 합쳐진 말입니다.
쉽게 말해 '물고기를 키우는 물로 식물을 재배하고, 식물이 정화해 준 물로 다시 물고기를 키우는 완벽한 생태계'를 집 안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처음 들으면 물고기 똥으로 식물을 키운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안에는 지구의 자연이 돌아가는 위대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경험 없는 분들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아쿠아포닉스의 기본 원리와,
시스템 성공의 열쇠인 '여과기 세팅법(물잡이)'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1. 아쿠아포닉스를 움직이는 마법: 질소 순환 주기
아쿠아포닉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고기도, 식물도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박테리아)'입니다. 이 미생물들이 없다면 아쿠아포닉스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생태계가 굴러가는 핵심 원리인 '질소 순환(Nitrogen Cycle)' 과정을 아주 쉽게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단계: 독성의 발생 (암모니아) 우리가 물고기에게 밥을 주면, 물고기는 배설물(똥)을 배출하고 먹다 남은 찌꺼기가 물속에 남게 됩니다. 이것들이 썩으면서 물속에는 '암모니아'라는 맹독성 물질이 생겨납니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물고기는 자신의 배설물 독성에 중독되어 죽게 됩니다.
2단계: 미생물의 출동 (아질산염 → 질산염) 이때 물속에 사는 착한 미생물(여과 박테리아)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미생물 무리가 맹독성인 '암모니아'를 먹어 치우고 '아질산염'으로 바꿉니다. 하지만 아질산염도 여전히 독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미생물 무리가 나타나 이 아질산염을 먹고 식물이 아주 좋아하는 최고의 천연 영양제인 '질산염'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3단계: 식물의 정화와 순환 미생물이 만들어준 '질산염'이 가득한 물이 식물의 뿌리로 흘러 들어갑니다. 식물은 이 질산염을 영양분 삼아 쑥쑥 자라나고, 영양분을 쏙 빼먹어 아주 깨끗해진 물을 다시 물고기가 사는 수조로 돌려보냅니다.
이렇게 [물고기 → 미생물 → 식물 → 물고기]로 이어지는 완벽한 재활용 시스템이 바로 아쿠아포닉스의 핵심 생태학적 원리입니다.
2. 아쿠아포닉스의 심장: 여과기(Filter)의 역할
위에서 미생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수많은 미생물들이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공간이 바로 '여과기'입니다. 여과기는 단순히 물속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채망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쿠아포닉스 여과기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물리적 여과: 스펀지나 솜을 이용해 눈에 보이는 큰 물고기 똥이나 남은 먹이 찌꺼기를 걸러냅니다. (이 찌꺼기들이 바로 식물에게 갈 영양분의 뼈대가 됩니다.)
생물학적 여과 (바이오 필터):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스펀지 안쪽이나 구멍이 뽕뽕 뚫린 '여과재(세라믹 링 등)'에 미생물들이 대량으로 번식하여 머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암모니아)을 식물의 밥(질산염)으로 분해해 줍니다.
따라서 아쿠아포닉스에서는 여과기를 청소할 때 수돗물로 빡빡 씻으면 절대 안 됩니다.
수돗물의 소독(염소) 성분 때문에 기껏 키워놓은 미생물들이 다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청소할 때는 반드시 수조에 있던 물을 조금 퍼내어 그 물에 가볍게 흔들어 씻어주어야 합니다.
3. 처음하시는 분을 위한 초기 여과기 세팅법 (물잡이 방법)
처음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수조와 여과기를 설치하자마자 물고기를 잔뜩 사서 넣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물속에 '미생물'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며칠 못 가서 물고기들이 다 죽고 맙니다.
미생물이 여과기에 자리 잡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물생활 용어로 '물잡이'라고 합니다.
아쿠아포닉스의 성공적인 첫 출발을 위한 물잡이 순서를 알려드립니다.
물 준비하기: 수조에 물을 채웁니다. 수돗물에는 미생물을 죽이는 염소가 있으므로, 하루나 이틀 정도 미리 받아두어 염소를 날려 보낸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시스템 가동하기: 물고기와 식물이 없는 상태에서 여과기와 수중 펌프를 켜서 물을 순환시키고, 기포 발생기(에어스톤)를 틀어 산소를 듬뿍 공급해 줍니다. 미생물도 숨을 쉬어야 잘 번식합니다.
박테리아제 투여 (선택): 시중 수족관에서 파는 '박테리아 활성제'를 설명서 용량에 맞게 넣어주면 미생물이 자리 잡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먹이 주기 (중요): 수조에 물고기가 없어도 며칠에 한 번씩 물고기 사료를 조금씩 으깨어 넣어줍니다. 사료가 썩으면서 미생물들의 먹이(암모니아)가 되어,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번식하기 시작합니다.
기다림과 테스트: 보통 이 과정은 2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립니다. 물이 뽀얗게 흐려졌다가(백탁 현상) 점차 투명하고 맑아지는 시기가 옵니다. 이때 시중에서 파는 저렴한 수질 테스트기로 아질산염 수치가 '0'에 가깝게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물고기 입수: 물이 잡혔다면 처음부터 비싸고 약한 물고기보다는, 환경 변화에 강한 구피, 제브라다니오, 금붕어 같은 물고기를 2~3마리만 먼저 조심스럽게 넣어 생태계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합니다.
마무리하며
아쿠아포닉스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집 안으로 옮겨온 작은 지구와 같습니다.
초기 여과기 세팅(물잡이) 과정이 조금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물고기 똥이 영양제가 되어 식물이 미친 듯이 자라나는 놀라운 마법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버려지는 물 없이, 농약이나 인공 화학비료도 전혀 쓰지 않고 가장 건강한 채소와 예쁜 반려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아쿠아포닉스. 오늘 배운 질소 순환의 원리를 기억하시고, 작은 수조와 화분으로 나만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꼭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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